
나는
집이 어질러진 상태로는
거의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여행을 가든,
잠깐 외출을 하든,
집을 나서기 전에는
집을 한 번 정리하고 나간다.
치워야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집을 정리해두고 나가면
돌아왔을 때
치워야 할 것이 없다.
문을 열었을 때
깨끗한 집이 먼저 보이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몸이 바로 쉰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같은 이유로
집이 어질러진 상태로는
잠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늘 깨끗한 집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호텔에 가면
왠지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화려해서도,
특별해서도 아니다.
호텔이 편안한 이유는
대체로 단순하다.
깨끗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물건이 없고,
눈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지금 이 공간에서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다.
깨끗한 공간에 있으면
사람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이 기분 좋은 편안함을
호텔에서만
느껴야 할까.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집에서도
이 느낌을
가질 수 없을까.
그래서 나는
내 집도
편안하고, 깨끗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하고 싶어졌다.

나는
집이 완전히 어질러진 뒤에
한꺼번에 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어질러지기 전에
중간중간 정리하는 편이다.
집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알고 있고,
그때 손을 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가방이나 옷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집이 어수선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출 후에는
가방과 옷을
곧바로 제자리에 두고,
그 다음에 쉰다.
이 습관 하나만으로도
집은
쉽게 어질러지지 않는다.
몇 달에 한 번씩은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안쪽으로 옮긴다.
거의 쓰지 않는 물건은
창고에 넣어두고,
자주 쓰는 물건만
손이 잘 닿는 서랍에 둔다.
계절에 따라
옷장을 정리하듯,
생활의 리듬에 맞춰
물건의 위치를
조정한다.
거실이나
손이 잘 닿는 선반에 놓인 물건들도
주기적으로 살핀다.
지금의 생활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자주 사용하는 것만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둔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거실만큼은
항상 정돈된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호텔 객실 문을
처음 열었을 때처럼,
불필요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
당장 치우기 어려운 물건이 생기면
일단 보이지 않는 방으로 옮기되,
그날 안에는
반드시 정리한다.

이 모든 행동은
부지런해서도,
깔끔해서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집이 아니라,
편안한 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안함은
깨끗함에서 온다.
그래서
나는 집을 계속 치운다.
그건
나와 나의 남편을,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존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이
늘 정돈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여기는 쉬어도 되는 곳”이라는
신호를 준다.
집을 치우는 일은
집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집을 치운다.
편안함을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가족을 존중하기 위해서.
가끔, 조용히 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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