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도
결혼에서 실패할까.
김주하와 안현모의 결혼과 이혼을 떠올리며,
똑똑한 사람마저도
연애 상대와 결혼을 결정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을 짚어본다.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 중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타인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만큼
안타까운 경우는 드물다.
녹색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이
법규 위반 운전자에 의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
그리고
성품 좋고 완벽해보이는 엘리트 여성이
결혼 소식 후
배우자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결국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경우.
아나운서 김주하의 가정 폭력 및 이혼 소식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저렇게 똑똑한 여자가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을까 싶었다.
그 소식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겸손하고 정직한 자세로
삶을 살아왔던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한 결말이 납득되지 않았다.
이후 한동안 잊고지냈던 그녀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녀의 이야기는
대중매체를 꽤 오랜 기간 뜨겁고 시끄럽게 만들었다.
나도 해당 인터뷰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몇일간 그녀의 가슴아픈 스토리가
내 마음을 소란스럽게 했다.
왠지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인
안현모가 떠올랐다.
안현모 역시
똑똑한 엘리트 여성이었고
방송에서 비춰졌던 그녀는
따뜻하고 겸손했다.
그녀를 처음 알게된 것은
그녀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완벽해보이는 그녀는
결혼 뒤 일이 우선이 되어
무뚝뚝해진 남편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한참 뒤
이혼했다는 그녀의 소식을 접했고
나는 왠지 수긍이 됐다.
‘성격차이’라는 간단한 이혼 사유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김주하와 안현모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하여
자기 분야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았고,
인터뷰 등에서 보여지는 모습만 봐도
그들은 겸손하고 따뜻하며 선한 인품을 가졌다.
거기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겸비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호감을 가지는 방송인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의 연애 후에 결혼하였고
그 끝은
이혼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결혼 생활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상대에 비하여
부족함을 찾기 어려운 그녀들이
배우자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꽤 오랜 기간
겪어냈어야 했다는 사실이
참 마음아팠다.
똑똑하고, 책임감 있고,
자기 인생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배우자 선택 역시
자신의 기준 안에서
충분히 신중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들의 배우자 선택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을까.
이 질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한 심리적 착각에서 시작된다.
선한 사람은
다른사람도 대부분
세상을 선하게 살 것이라 믿고
악한 사람들은
다른사람도 대부분
세상을 악하게 살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연애기간 중
상대방이 나와 말이 잘 통한다면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이 믿음은
인간에게 꽤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며,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유효하다.
하지만 결혼에서는
상대와 내가 얼마나 비슷한지보다,
상대가 나를
변함없이 존중할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존중을
삶의 기본값으로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며,
존중이라는 태도를
상황에 따라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는 상대 앞에서는,
이 유사성에 대한 믿음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

김주하와 안현모 역시
자신의 기준에서
상대를 보았다.
결혼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것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본값으로 삼아왔고,
그 태도를
삶 전반에서 유지해왔기에
상대 역시
자신을 변함없이 존중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상대방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이
그들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나는 이 착각을
‘나와 같을 것이라는 믿음’이라
부르고 싶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인식 편향에 여러 이름이 붙어 있다.)
배우자 선택에서 중요한 점은
연애 기간의 길고 짧음에 관계 없이
연애 기간 동안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볼 수 있었느냐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여부이다.
연애기간이 짧을수록
그 기회는 줄어들고,
김주하와 안현모의
결혼 전 연애기간은
꽤 짧았다.
사계절은 만나보고
결혼해야 한다는 옛말은
사람의 태도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관찰할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누구나 연애 초반에는
가장 성실한 얼굴로
관계에 임한다.
그러나
존중이라는 태도는
관계가 불편해졌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문제는
행복한 연애의 한가운데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순간에는
상대방이 결혼 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의
떠올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삼고,
그 기준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유지해온 경우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순간
상대 역시
같은 기준을 지킬 것이라
믿으며
다른 사람마저도
배우자로 선택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함정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잘못된 선택은
무모해서
또는 신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신뢰의 결과였다.
이 선택을
실패로 부르는 순간,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놓친다.
이 결혼의 시작은
잘못이 아니라
착각이었다.
*false consensus effect / projection / assumed similarity bias
가끔, 조용히 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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