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저귀, 물 제한까지 해야 할까

연년생 두 아이를 기르면서
점점 나에게 생기는 능력이 있다.

타인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능력.

그리고
나의 욕심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를 존중해 주는 능력.

본래 다른 사람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인데,
어쩌면 누군가를 내 뜻대로 하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밤기저귀 떼기가 그랬다

첫째가 비교적 순조롭게 낮기저귀를 떼고
밤기저귀가 며칠 연속 마르기 시작했을 때
주변 엄마들이 벗기고 재워보라고 했다.

두 아이를 기르는 나에게
이불 빨래는 큰 스트레스였다.

10일 연속으로 기저귀가 말랐을 때
밤기저귀를 벗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아이와 함께 달력을 만들고
하루하루 그림을 그려가며 기록했다.

기저귀에 실수한 날은 하트,
성공한 날은 웃는 얼굴.

물을 아예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하는 게 기뻤던 첫째는
내가 “내일 실수할 수도 있어” 하고 말해주면
자기 전에는 스스로 조금만 마시겠다고 했다.

내가 제한한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었다.


10일 연속으로 기저귀가 말랐을 때
밤기저귀를 벗겼다.

아이는 금세 익숙해졌고,
달력은 자연스럽게 그리지 않게 됐다.

하지만
밤기저귀를 벗고 자신감이 붙자
밤에 물을 왕창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 두 아이는
자기 전에 둘이 장난치며
물을 한가득 마시고 자는 아이들이었다.

신나게 놀다가
잘 시간이 되면 괜히 아쉽고, 목도 마르고,
물을 더 달라고 하면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했다.

그 시간은
아이들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특히 주말처럼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더 많이 마셨다.

그때마다
“적당히 마셔”라고 말해야 했고,
밤기저귀를 떼고 나서도
한 달에 몇 번은 실수했다.

두 아이를 기르는 나에게
이불 빨래는 여전히 스트레스였다.

무엇보다
저녁마다 물을 조금만 마시라고 설득하는 일이
이게 맞나 싶었다.

잘 시간이 되면
아이는 동생 따라 물을 한가득 마시고 싶어 했고,
동생만 마시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둘 다 물을 주되
첫째에게는 많이 마시면 실수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반 컵 정도만 권했다.

첫째는 속상해했다.

왜 동생은 많이 마시는데
자기는 조금만 주냐고.

나는 이유를 설명했고
선택하게 해주었다.

어떤 날은 수긍했고,
어떤 날은 그냥 한 컵을 가득 마셨다.

그리고
다시 실수했다.

아이에게 자기 전 물을 마음껏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싶었다.

물을 조금만 마시면 실수하지 않았고
마음껏 마시면 다시 젖었다.

그런데 아이는 꼭 자기 전에 물을 한가득 마시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물을 제한하면서 떼는 게 정말 맞는 방법일까.


밤기저귀는 훈련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저귀를 뗐다가
다시 채우는 선택이 맞는 건지
나도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알아보니
밤기저귀는 훈련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
몸이 준비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물을 강하게 제한하면
겉으로는 빨리 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건을 조절해 얻은 성공
물을 많이 마신 날이면
언제든 다시 무너진다.

아이는 당황하고
엄마는 더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는
누구도 힘들지 않은 방법을 택했다.



아이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자기 전에 물 많이 마시는 게 그렇게 좋으냐고.
물을 잔뜩 마시면 다음 날 실수하는데 괜찮냐고.

아이는
물을 가득 마시고, 기저귀를 다시 입는 쪽을 택했다.

그 무렵,
첫째는 밤마다 마음껏 물을 마시고
젖은 기저귀로 아침을 맞았다.

아이는 매일 저녁
신나게 놀다가
잘 시간이 되면
침대 위에서 동생과 마주 보고 장난치며
빨대컵에 물을 한가득 담아 마신다.

나는 아예 제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마음껏 마시고 자도
실수하지 않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기로 했다

밤기저귀를 한 번 뗐다가
다시 채우는 일.

그때는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솔직히 확신하지는 못했다.

물을 마음껏 마시게 해주고 싶어서
다시 기저귀를 채우면서도
괜히 뒤로 가는 건 아닐까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건
우리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우리 방식일 뿐이다.

나는
지금처럼 마음껏 물을 마시게 두고,
2주 연속 기저귀가 마르면
그때 다시 천천히 시도해볼 생각이다.

다음 글에서는
밤기저귀 떼기가 왜 ‘훈련’의 문제가 아닌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 부모들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음 글
2편: 밤기저귀는 훈련이 아니다 — 물 제한과 밤중 깨우기가 효과 없는 이유
3편: 밤기저귀, 왜 한국 부모는 조급하고 미국 부모는 느긋할까? 문화 차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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