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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연년생이시작되던 순간 — 임신과 첫 만남
2편 – 연년생 육아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
앞선 두 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 글은 연년생 육아의 가장 밀도 높은 시기를
어느 정도 지나온 뒤에야
정리할 수 있었던 기록이다.
둘째가 열 달을 넘기면서부터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안거나 업지 않아도
집 안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두 아이를 동시에 붙잡고 있지 않아도
잠시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여전히 하루는 바빴고
아이들이 깨어나면 집은 금세 어질러졌지만,
이제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이 장난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두 아이의 놀이 수준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함께 놀며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둘째는 여전히 언니가 하는 놀이를 따라다녔고,
첫째는 방해받는걸 싫어했지만,
내가 그 사이에 끼어
상황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둘은 자주 티격대면서도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좋아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밤 여덟 시 무렵이다.
두 아이는 잠잘 준비를 마치고
이불 위에서 꺄르르 웃다가도
잠자기 아쉬운 마음에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 한다.
모든 불을 끄고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노래를 부르며 잠드는 시간.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모두 끝나고
더 이상 처리해야 할 것이 없는 상태로
아이들과 함께 누워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내일은 더 재미있게 놀자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길러졌을 나를 떠올리게 되고,
생각은 어느새
부모님이 보낸 시간으로 옮겨간다.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이제야 몸으로 느껴진다.
둘째가 두 돌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그 시간을 그렇게 지냈다.
앞을 내다볼 여유도 없었고,
뒤를 돌아볼 틈도 없었던 시기였지만,
그날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를 넘겼다.
지금은 그 시간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이렇게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더 자랄 것이고,
점점 나를 덜 찾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내 손이 필요하지 않은 날도 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를 지나며
아이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의 온도를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었다.
특별하게 만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지냈다는 사실로.
연년생 육아는
지나와 보니
그 한가운데가 가장 밀도 높았다.
그리고 나는
그 한가운데를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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