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예술의전당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전 | 4살 5살


아이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전을 다녀왔다.

전시만 보고 돌아온 하루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시를 보기 전 만난 예술의전당 음악분수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하루였다.

몇 일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원화전보다 음악분수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남는 경험은 어른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분수가 먼저 사로잡은 아이들의 마음

전시 입장 전에 시간에 맞춰 예술의전당 음악분수를 먼저 감상했다.

음악에 맞춰 커다란 물줄기가 높이 솟았다가 낮아지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은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4살, 5살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분수를 보며 연신 환호하고,

다음 물줄기가 어디에서 올라올지 기다리는 모습이 참 즐거워 보였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음악분수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음악분수가 아이들에게는 이번 나들이의 가장 큰 추억이 된 듯하다.


4살, 5살 아이에게 원화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그림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이번 전시는 ‘화려한 색감의 이야기책 그림이 많았던 공간’ 정도의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이 모든 작품을 어른처럼 감상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인 와일드스미스의 그림

와일드스미스의 그림은 무엇보다 색감이 돋보인다.

선명하면서도 따뜻한 색들이 전시장 전체를 채우고 있어

그림을 하나씩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진다.

전시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따라 구성되어 있어

한 권의 그림책을 천천히 걸으며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은 이야기보다 그림을,

부모는 그림과 이야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많았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요소가 많았다는 것이다.

버튼을 눌러보고,
그림을 붙여보고,
블록을 옮겨보고,

직접 만져보는 활동들이 전시장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 어린아이들은 원화를 오래 감상하기보다는,
직접 손으로 만지고 움직이는 활동에 더 큰 흥미를 보였다.

우리 아이들도 그림 앞에 오래 서 있기보다는,
체험 공간에서 훨씬 긴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와일드 스미스의 그림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작은 독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아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앉아 그림책 두 권을 읽어주었다.

전시를 둘러본 뒤 조용히 그림책까지 읽고 나오니,
마치 미술관과 도서관을 함께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전시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단순히 그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림을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

전시를 다녀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지금 이 그림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번 경험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그림을 보고,
다양한 색을 접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경험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조금씩 아이의 미적 감각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당장은 음악분수만 기억하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더 자라 비슷한 그림을 마주했을 때,
오늘의 경험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총평

예술의전당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전은

4~5세 아이들에게는 작품 감상보다 체험과 공간 자체를 즐기는 전시에 가깝다.

반면 부모에게는 수준 높은 원화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음악분수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와 함께 음악분수까지 즐기면

아이들에게는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이다.



다음은 아이들과 보테로전을 함께 보고 싶다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보테로전이 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전시다.

화려한 색감과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많아
10년 전에도 즐겁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다녀온 것 같은데,
찾아보니 그때가 2015년이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이번 전시는 8월까지라고 한다.

일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

그때는 내가 그림을 보는 재미가 더 컸다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어떤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는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더 궁금하다.

같은 전시도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이번 와일드스미스 그림책 원화전을 다녀오며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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